불교에서 수행은 단순히 명상을 하고, 계율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잘못된 것을 멈추고, 좋은 것을 자라나게 하며,
그 좋은 것을 지켜내는 의지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이처럼 수행자가 일상에서 어떻게 악을 줄이고, 선을 키울지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정리한 것이 바로 사정제(四正勤)이다
사정제는 부처님께서 직접 강조하신 바른 정진의 네 가지 방식으로
팔정도의 ‘정정진’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 글에서는 사정제가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것을 어떻게 삶에 적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내가 실천하며 체험한 변화까지 함께 나누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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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직 생기지 않은 악은 생기지 않게 막는다
악한 마음은 처음부터 큰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작은 불만, 미묘한 질투, 순간의 짜증 같은 형태로 스며든다
그때 이를 알아차리고,
마음 깊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 첫 번째 정진이다
나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
누군가의 말을 흘려듣거나 무시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예전엔 별 생각 없이 행동했지만
이 가르침을 알게 된 후
“지금 이 마음은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 질문 하나로
불필요한 말과 태도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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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미 생긴 악은 끊고 줄인다
이미 내 마음속에 들어와 있는 분노, 욕망, 집착
그것들을 없애지 않으면 괴로움은 반복된다
두 번째 정진은
그 악한 요소를 자각하고, 끊어내고, 줄이는 노력이다
나는 예전에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기억을
계속 반복해서 떠올리고 있었다
머리로는 그만두고 싶었지만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때부터 하루에 한 번,
그 사람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떠올리며
“이 감정을 내려놓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연습을 했다
며칠, 몇 주, 시간이 걸렸지만
그 마음은 점점 흐려지고
결국 어느 날엔 전혀 떠오르지 않게 되었다
그게 바로 이미 생긴 악을 줄이는 실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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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직 생기지 않은 선은 일으킨다
선한 마음과 행동은
기다린다고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작은 습관, 작은 결심, 작은 실천이
그 시작이 된다
세 번째 정진은 선한 마음을 일으키려는 능동적인 노력이다
나는 처음엔 부끄러워서
칭찬을 잘 하지 못했다
누군가를 좋게 보고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날 용기를 내어
“오늘 발표 정말 좋았어요”라고 말해봤다
그 사람의 환한 얼굴을 보고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었구나’ 하는
기쁨이 생겼다
그날 이후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좋은 말, 따뜻한 눈빛을 건네기 시작했고
그게 선한 마음을 일으키는 나만의 수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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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미 생긴 선은 유지하고 키운다
선한 습관은
작은 방심에도 쉽게 사라진다
네 번째 정진은
이미 생겨난 선한 마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더 깊고 단단하게 키워가는 노력이다
나는 아침에 5분 명상하는 습관을
몇 달째 이어오고 있다
처음엔 집중도 잘 안 되고
시간이 짧다고 무시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5분이
내 하루를 가라앉히고 정리해주는
너무나 중요한 시간이라는 걸 깨달은 후
더 이상 미루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그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그게 바로 이미 생긴 선을 성장시키는 정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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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제는
단순히 수행의 방향이 아니라
내 삶을 정리하고 다듬는 구체적인 네 가지 행동 기준이다
– 아직 생기지 않은 악은 막고
– 이미 생긴 악은 끊고
– 아직 생기지 않은 선은 일으키고
– 이미 생긴 선은 지키고 키운다
이 네 가지는 삶의 순간순간에서
‘지금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수행이 된다
오늘 하루
어떤 악을 멈출 수 있을까
어떤 선을 자라나게 할 수 있을까
그 질문 하나가
삶을 수행으로 바꾸는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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