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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불교 철학 적용

육근청정(六根淸淨). 감각을 맑히면 마음이 고요해진다

by 삶의 지혜 2025. 4. 23.


불교 수행의 핵심은 단지 명상이나 염불에 있지 않다
우리 일상의 모든 순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고, 마음으로 반응하는
그 감각의 흐름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느냐가
수행의 깊이를 결정한다

육근청정(六根淸淨)은
눈, 귀, 코, 혀, 몸, 뜻
즉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맑게 하는 수행이다
육근이 맑아진다는 건
세상을 대하는 반응이 고요해지고,
그로 인해 번뇌가 사라지며
지혜가 자라난다는 뜻이다

이 글에서는 육근청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현대적인 삶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그리고 내 경험 속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함께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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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육근은 삶의 모든 자극이 들어오는 통로다



우리는 매 순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고,
냄새 맡고, 촉감을 느끼고, 마음으로 생각한다
이 여섯 감각기관이 곧 ‘세상을 받아들이는 창문’이며
그 창이 흐려질수록
세상을 오해하고, 괴로움이 쌓이게 된다

내가 스트레스가 심했던 시절을 돌아보면
TV에서 쏟아지는 자극적인 뉴스,
계속 울리는 SNS 알림,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는 내 반응들이
모두 마음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때 나는 내 삶의 육근을 ‘청소’해야 한다는 걸 자각했고
각 감각기관에 대응하는 실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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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눈을 맑히기 위해 ‘의도적인 침묵’을 배웠다



눈은 세상을 받아들이는 첫 번째 창이다
하지만 그 시각은 늘 판단과 해석을 동반한다
예쁘다, 못났다, 좋다, 싫다
보는 것마다 마음이 흔들린다

나는 어느 날부터 하루에 단 1시간이라도
핸드폰, 유튜브, TV 같은 시각 자극에서
의도적으로 멀어지는 시간을 만들었다
그 시간엔 책 한 줄 없이,
조용히 앉아 하늘을 바라보거나
차를 마시며 눈을 쉬게 했다

그 짧은 시간이 쌓이면서
눈에 들어오는 세상이 덜 날카로워졌고
외모, 비교, 과시 같은 시선으로부터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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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귀를 맑히기 위해 ‘듣는 연습’을 했다



귀는 소리를 통해 감정을 흔들리게 한다
칭찬은 들뜨게 만들고, 비난은 불쾌하게 만든다
귀가 혼탁해지면 말보다 감정에 끌려 다니게 된다

나는 누군가 말할 때
“다 듣기도 전에 판단하거나 반응하지 말자”는 원칙을 세웠다
이 원칙을 처음 지킬 땐 쉽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연습하면서
상대가 끝까지 말할 때까지
그저 ‘듣는 자리’에 머무는 법을 익히게 되었다

그 결과
불필요한 다툼이 줄었고
상대의 진짜 감정과 속마음이 더 또렷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귀가 맑아지니
내 감정도 덜 흐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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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입을 맑히기 위해 ‘말을 줄이고 침묵을 연습’했다



혀는 사람 사이를 가깝게도 만들고
한순간에 무너뜨리기도 한다
가장 많은 업을 짓는 곳이 바로 입이다

나는 어느 날부터
쓸데없는 말, 남을 평가하는 말, 흥분해서 나오는 말
이 세 가지를 줄이는 걸 수행의 기준으로 삼았다
특히 감정이 격할 때
한 박자 쉬고 말하기를 연습했는데
그 한 박자 덕분에
많은 오해와 상처를 막을 수 있었다

말을 줄이자
생각이 정리되고
나 자신에 대한 신뢰도 커졌다
그게 혀를 맑히는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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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몸과 뜻을 맑히는 데서 고요가 시작된다



몸은 촉감, 움직임, 습관의 자리다
뜻(의식)은 생각, 욕망, 계획이 출몰하는 자리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육근 전체가 맑아진다

나는 몸이 지칠수록 생각이 많아지고
생각이 복잡할수록 몸이 굳는 걸 자주 경험했다
그래서 하루에 한 번은
천천히 걸으며 호흡에 집중하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며
몸과 마음을 동시에 돌보는 시간을 만들었다

그 단순한 움직임 속에서
머릿속이 맑아지고
잡념이 사라졌으며
삶이 훨씬 부드러워졌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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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며

육근청정은 단순히 감각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감각을 ‘맑고 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익히는 수행이다
흩어진 감각을 정리하고
내 마음을 돌아보는 이 연습은
번잡한 세상에서 중심을 지키는 확실한 길이 된다

오늘 하루
눈은 덜 보고, 귀는 더 듣고, 입은 줄이고, 몸은 천천히 움직이며,
생각은 멈추고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자

그 순간
육근이 맑아지고
당신의 마음엔 잔잔한 고요가 피어날 것이다